실적 부진에 줄줄이 옷 벗는 CEO들…업종 안가리고 '줄사퇴'

입력 2022-09-16 16:27   수정 2022-10-15 00:01


경기침체 우려가 현실로 다가오면서 최고경영자(CEO)들이 줄줄이 옷을 벗고 있다. 네덜란드 최대 공항인 스키폴공항의 CEO가 인플레이션 여파로 인한 인력난을 해결하지 못하자 사임을 결정했다. 아디다스, 풋락커, 베드배스앤비욘드 등 소비재 업체뿐 아니라 자동차, 금융, 의료 분야에서도 실적 부진 책임을 진 CEO들의 사임이 속출하고 있다.
네덜란드 최대 공항 CEO 퇴진...여행 수요 못 따라가
파이낸셜타임스에 따르면 딕 벤쇼프 스키폴그룹 CEO는 15일(현지시간) 사임 결정을 발표했다. 네덜란드 외무장관 출신인 벤쇼프는 2018년부터 이 기업의 CEO를 맡으면서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국제공항인 스키폴공항의 경영을 총괄했다. 코로나19 유행으로 인한 여객 수요 침체 위기에서도 자리를 지켰었지만 이번 경기 침체 국면에선 자리를 지키지 못했다.

스키폴공항은 지난 7월 공항 이용객 수를 제한하는 조치를 취했다. 공항 직원들의 급여 인상 요구가 거세진 상황에서 팬데믹(감염병 대유행) 완화로 불어난 여행 수요를 감당할 만한 보안 인력을 확보하지 못한 탓이었다. 여기에 고된 업무 강도를 이유로 공항 물류 관리자들이 파업을 벌이면서 수하물 분실 사례가 쏟아졌다. 이미 지급이 끝났어야 할 여름휴가 보너스도 이달 말까지 아직 지급이 밀린 상황이다.

대형은행에서도 실적 부진으로 인한 사임 사례가 나왔다. 스위스 은행인 크레디트스위스는 지난 7월 토마스 고트슈타인 CEO의 사임을 발표했다. 투자손실이 늘면서 지난해 2월 대비 주가가 3분의 1수준으로 쪼그라든 것에 대한 책임을 졌다. 지난 15일 기준 크레디트스위스의 시가총액은 139억달러 수준이다. 스위스 금융계에서 이 은행과 양대산맥으로 꼽히는 UBS(590억달러)의 4분의 1수준에도 못 미친다.
소비재 업종에선 이미 CEO 줄사퇴
대형 소비재 업계에선 이미 CEO들의 줄사퇴 바람이 한창 불고 있다. 카스퍼 로스테드 아디다스 CEO는 “내년에 회사 재정비를 하는 게 올바른 일”이라며 “내년 중 사임하겠다”고 지난달 22일 돌연 발표했다. 구체적인 사유는 밝히지 않았지만 실적 부진에 대한 책임을 지고 물러났다는 게 투자업계의 관측이다. 아디다스는 도시 봉쇄 조치로 중국에서 매출 회복세가 꺾인 데다 인플레이션으로 비용이 오르면서 실적 악화에 직면한 상황이다. 지난 2분기 순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26% 줄었다.

지난달 자동차업체인 폴크스바겐, 지난 7월 의류업체인 갭에서도 CEO 사임 발표가 나왔다. 최근 지난해보다 저조한 실적을 발표했던 베드배스비욘드, 풋락커 등에서도 CEO들이 잇따라 사임을 결정했다. ‘운동업계의 넷플릭스’로 불렸던 펠로톤은 지난 12일 이 회사 공동창업자인 존 폴리 이사회 의장을 사퇴시키는 조직 개편을 단행했다.

미국 의료서비스업체인 카디널헬스를 이끄는 마이크 카우프먼 CEO도 지난달 사임했다. 이 업체는 병원 납품용 의료제품 사업의 2022회계연도 4분기(지난 4~6월)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11% 하락했다. 카우프먼 CEO는 “의료 부문 성과는 인플레이션과 공급망 제약 영향을 크게 받았다”고 해명했다.

유가 폭등으로 수혜를 본 석유업계에서도 사퇴하는 CEO가 등장했다. 세계 최대 석유업체인 쉘은 “벤 반 뷰어든 쉘 최고경영자(CEO)가 내년 1월까지 직을 유지한 뒤 사임하기로 했다”고 지난 15일 발표했다. 뷰어든 CEO는 40년간 셸에서 몸담으며 9년이나 CEO 자리를 지켜왔던 경영 전문가다. 유가 급등에 힘입어 지난 2분기 순이익(167억달러)이 전년 동기(27억달러)의 6배를 웃도는 성과를 냈지만 화석연료 위주의 사업모델을 바꿔야 한다는 압박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이주현 기자 dee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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